"버릴 데가 없다" 눈치 보다가 사람 많은 곳에도 비양심 투기
비용 탓 휴지통 늘리기 어려워…지자체, 시민 변화 유도 고민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 정우상가 일대 거리에 플라스틱 컵 쓰레기가 부쩍 늘었다. 기온이 오르면서 차가운 음료 소비가 늘었기 때문인데 버릴 곳도 마땅찮다. 정우상가 주변은 유동인구가 많지만 쓰레기통이 없다. 행정 처지에서는 쓰레기통을 설치해도, 설치하지 않아도 들어가는 비용 부담이 고민이다. 그렇다고 무작정 시민의식에 기댈 수만은 없는 상황이다.
◇음료 소비만큼 늘어나는 쓰레기 = 최근 점심때면 정우상가 주변에서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든 시민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곳은 유동인구가 많은 구역으로 식당과 포장 전문 카페가 많다. 유동인구가 많다는 것은 널브러진 플라스틱 컵 쓰레기만 봐도 알 수 있다. 음료 소비만큼 용호동 곳곳은 빈 플라스틱 컵 천지다. 이 거리에는 쓰레기통이 따로 없다. 그래서 저마다 일회용 컵을 처리하는 방식이 다양하다.
등교하면서 커피를 사러 온 대학생 ㄱ 씨는 “정우상가 주변에서 음료를 자주 사서 학교에 간다”며 “일회용 컵을 종일 들고 다니다가 집에서 버릴 때도 있고 학교에서 버릴 때도 있다”고 말했다.
음료를 구입한 카페에 버려달라고 요청하는 시민도 일부 있다. 정우상가 근처 카페에서 일하는 직원은 “100명 중 1~2명 정도는 일회용 컵을 버려달라고 요청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거리를 보면 쓰레기를 끝까지 책임지는 시민은 소수인 듯하다. 상가에서 배출한 쓰레기봉투 옆, 화단, 버스정류장 등 곳곳에서 플라스틱 컵은 쉽게 발견된다.
◇쓰레기통 많이 설치하면 안 되나? = 정우상가에서 1㎞ 정도 떨어진 용지공원도 점심때 시민이 많이 찾는 곳이다. 이곳에서도 플라스틱 컵에 음료를 먹는 이들이 많았다. 하지만 용지공원 주변은 컵 쓰레기에 시달리지 않았다. 호수 둘레에 설치한 쓰레기통은 모두 8개다. 쓰레기통 주변도 깔끔했다.
창원시 성산구 산림농정과 직원은 “창원 모든 공원에 쓰레기통이 설치된 것은 아니다”라며 “용지호수는 간단한 먹을거리를 싸들고 소풍 오는 사람이 많아 쓰레기가 많이 나와서 쓰레기통을 설치한 것”이라고 말했다.
용지호수 쓰레기통은 공원 안 화장실 관리 직원이 맡아서 청소한다. 정우상가 주변도 쓰레기통을 설치해 따로 관리하면 안 될까? 성산구 환경미화과 청소행정팀 견해는 부정적이다. 환경미화과 직원은 “쓰레기통 설치를 따로 논의하지는 않았다”며 “종량제 봉투가 도입되면서 쓰레기는 기본적으로 개인이 처리해야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우상가 일대를 담당하는 용지동 행정복지센터 견해도 당장 쓰레기통 설치가 어렵다는 쪽이다. 총무팀 환경 담당은 “정우상가 앞 쓰레기통 설치는 관리 인력도 부족하고 생활쓰레기 문제도 해결할 수 없어서 지금은 어렵다”고 답변했다.
◇시민의식과 시민 참여 = 기온이 오를수록 찬 음료 소비는 늘어나기 마련이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 쓰레기도 비례해서 늘 수밖에 없다. 휴지통 설치와 쓰레기 처리를 위한 인원 투입 등 행정력을 당장 기대하기도 어렵다. 그나마 자기 쓰레기는 자기가 처리하는 시민의식에 기댈 수밖에 없을 텐데 이마저도 한계는 있다.
그런 점에서 부산 동래구 행정은 눈에 띈다. 동래구는 쓰레기 줄이기에 시민이 참여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사용한 일회용 플라스틱 컵 20개를 깨끗이 씻어 말린 후 행정복지센터에 가져가면 종량제봉투 1매(10ℓ)를 받을 수 있다.
창원시 자원순환과 담당은 “현재 ‘돌돌e컵’ 사용을 독려 중인데 종량제봉투 교환 관련 내용은 처음 들었다”며 “해당 내용이 시민과 자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으니 담당 지자체에 관련 자료를 요청해 우리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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