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회용 컵 반입 안됩니다. 내용물 다 드시고 들어 오세요."
2일 낮 12시쯤 부산 동래구청 임시청사 앞. 구청 청소과 직원들이 청사로 입장하려던 또 다른 직원들을 막아섰다.
점심 식사를 마치고 돌아온 이들 손에 일회용 커피컵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날부터 동래구에서는 부산지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후 늘어난 일회용품을 줄이기 위해 청사 안 일회용 컵 사용과 반입을 전면 금지했다.
이를 알지 못했던 직원들은 청사 입구에서 부랴부랴 커피를 다 마시고 일회용 컵을 쓰레기통에 버린 뒤에야 입장 가능했다.
직원 이모씨는 "오늘부터 일회용 컵 반입이 안 되는 줄 몰랐다"며 "앞으로 다회용 컵을 꼭 들고 다녀야겠다"고 말했다.
일회용 컵 반입을 감독하던 청소과 직원은 "지금까지 10여명 정도의 직원들을 다시 돌려 보냈다"며 "첫날이다 보니 아무래도 이를 숙지하지 못한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날부터 일주일간 낮 12시부터 1시간가량 청소과 직원들이 청사 앞에서 직원들의 일회용 컵 반입을 계도하고 감독한다.
텀블러나 'E컵' 외에는 아예 반입이 안 되다 보니 직원들간의 혼선도 빚어졌다. E컵은 재생 가능한 친환경 소재 ‘PP(폴리프로필렌)’로 제작된 컵이다.
직원 박모씨는 "일부러 청사와 멀리 떨어진 카페까지 가 재사용 가능한 플라스틱 재질의 커피잔을 포장해왔는데, 이마저도 가로막혔다"고 속상해 했다.
청사 안으로 들어가니 다른 사업장과 달리 직원들 자리마다 개인 텀블러를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동래구공무원노조에서 개인 컵 사용 활성화를 위해 700명의 전 직원에게 텀블러와 살균건조기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직원 박모씨(20대)는 "평소 개인컵 사용이 익숙지 않다보니 출근할 때 집에서 텀블러를 깜빡 두고 오지 않을까 걱정도 되지만, 좋은 취지로 시작되는 만큼 친환경적인 습관을 만들어보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번 일회용 컵 반입 금지를 기획한 김우룡 동래구청장은 "코로나 이후 일회용기 사용량이 잦아지면서 환경 파괴의 주 원인이 됐다"며 "공직자들이 일회용컵 사용을 먼저 줄여 모범을 보이자는 측면에서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구청장은 "앞으로 이 운동을 동 단위까지 확대 시킬 예정이라"며 "구민들께서도 함께 참여해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동래구에 따르면 지난 1월 10~14일 5일간 구청에서 발생된 일회용 컵 사용량이 총 2590여 개에 달했다. 이는 일일 평균 500개꼴이며 연간 13만개 정도에 이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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